靑, 74년 만에 베일 벗는다… 본관·문화재 둘러보고 북악산 산책

입력 2022-05-10 04:02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는 10일 낮 12시를 기해 청와대가 국민에게 공개된다. 1948년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지금의 청와대로 거처를 옮긴 지 74년 만의 개방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선거 이후 약 두 달간 청와대 개방을 준비해 왔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 도중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청와대 개방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10일부터 국민 누구나 청와대를 둘러본 뒤 경내에서 이어지는 북악산 등산로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다. ‘구중궁궐’로 불리던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사전 신청을 완료한 관람객들은 각각 영빈문·정문·춘추문 가운데 하나의 문을 선택해 청와대에 들어올 수 있다.

청와대 왼편에 위치한 영빈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영빈관이 위치해 있다. 외국 정상이 방한했을 때 공연과 만찬을 했던 행사장이다.

영빈관 왼편에는 서별관과 칠궁이 있다. 서별관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정부 경제 참모들이 이곳에서 회의를 열어 유명세를 탔다. 칠궁에는 조선시대 왕을 낳았지만 왕비에 오르지 못한 후궁 7인의 위패가 보관돼 있다.

정문으로 진입하면 바로 청와대 본관을 볼 수 있다. 파란색 지붕의 건물로 대통령이 외국 정상이나 외교사절을 맞는 공간으로 쓰였다.

본관 앞 잔디마당의 이름은 ‘대정원’이다. 각종 국빈 환영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청와대 오른편 춘추문으로 입장하면 헬기장 뒤편으로 녹지원이 펼쳐진다. 녹지원에는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와 함께 120여종의 나무가 심겨 있다. 녹지원 건너편에는 청와대 참모들이 업무를 보던 여민관 3개 동이 있다.

녹지원과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면 상춘재라는 한옥 건물이 있다. 방문객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쓰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윤 대통령과 이곳에서 만찬을 했다. 상춘재 뒤편에는 대통령 관저가 있다.

청와대에는 또 보물 제1977호인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해 61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이 있다.

청와대 경내를 다 둘러보려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관람객은 건물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다. 청와대이전TF 관계자는 9일 “건물 내부 개방은 물품 정리 때문에 잠정 연기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과 동시에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로도 국민에게 공개된다. 관람객은 청와대 춘추관 뒷길을 통해 백악정과 숙정문, 서울 성곽길에서 창의문 안내소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청와대이전TF 관계자는 “이번 개방으로 청와대에서 한양 도성 성곽까지 길이 연결됐다”며 “진정한 북악산 등산로 전면 개방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이전TF는 관람 첫날인 10일 모두 2만6000명의 관람객이 청와대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부터 관람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2시간 단위로 하루 6차례 이뤄지고, 하루 관람 인원은 3만9000명으로 제한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