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선 이후 두 달간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매물이 20% 넘게 감소한 반면 매매 매물은 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매물 감소는 개정된 임대차법으로 공급이 한계에 이른 탓으로 분석된다. 매매 매물 증가는 10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움직임이 가시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임대차법 개정 2년이 지난 올 여름부터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 가구를 중심으로 전세난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9일 기준 서울의 전·월세 매물은 총 4만817건으로, 5만2286건이었던 두 달 전보다 2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 역시 2만5583건으로 20.5% 줄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지난 두 달 새 아파트 전세 물량 감소 폭은 서울이 가장 컸다.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가장 감소 폭이 큰 곳은 성북구로 35.2%나 줄었다.
월세 매물 역시 1만5234건으로 두 달 새 24.3% 감소했다. 강북구와 금천구를 제외한 23개 자치구에서 일제히 월세 매물이 줄었다. 광진구 월세 매물은 무려 41.5% 감소했다.
전·월세 매물(공급) 감소는 임대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임대차 공급 물량이 줄면서 그해 연말까지 다섯 달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73%(KB국민은행 기준) 뛰었다.
반면 매매 시장에서는 매물이 쌓여가는 양상이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5만5509건으로 두 달 전보다 10.7% 증가했다.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늘었다. 가장 많이 증가한 송파구(20.0%)를 제외하면 강북구(17.8%), 성북구(17.4%), 금천구(12.9%) 등 강북·외곽 지역 매물 증가 폭이 강남구(7.2%), 서초구(5.0%), 강동구(7.5%) 등 강남권보다 컸다.
10일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를 앞두고 일부 다주택자가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를 제외한 외곽 지역의 주택부터 우선 처분 대상으로 내놓으면서 비(非)강남 지역 매물이 더 많이 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5월 9일까지 보유 기간이 2년 이상인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경우 다주택자도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기산일(6월 1일) 전에 집을 팔려면 시간이 촉박한 만큼 급매 형태로 시세보다 가격을 많이 낮춘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 매물이 줄고 매매 매물은 증가한 것이 임대차법의 부작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세입자의 계약갱신권을 매수자의 실거주권보다 우선시하는 임대차법 때문에 현재 세입자가 사는 집은 실수요자가 매수하기가 어렵다”며 “세금 감면을 노리고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로서는 세를 주지 않아야 집을 팔기 수월하므로 전·월세 공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