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귀로 듣는 콘텐츠 수요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 업계가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을 오디오물로 제작해 소비자들의 콘텐츠 경험을 극대화하고 지적재산권(IP)을 확대하는 추세다.
2시간짜리 영화, 1시간짜리 드라마를 참기 힘든 사람들은 10분 이내로 짧은 숏폼 콘텐츠로 눈을 돌렸다. 책이나 웹툰·웹소설 영상물 자체가 지루해지고 색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사람들은 오디오 콘텐츠를 찾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2019년 3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약 17조 91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24.4%의 성장률이다.
국내에서도 오디오 콘텐츠 이용이 늘고 있다. 네이버의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인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지난해 월간 방문자와 재생수는 전년 대비 각각 93%, 137% 증가했다. 특히 1318세대의 재생수가 같은 기간 200% 늘었다.
배우나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 섬세한 사운드 효과 등은 이용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2020년 만들어진 웹툰 원작 오디오 영화 ‘남과 여’는 영화 음악을 만들어온 음악감독 김태성이 연출하고 배우 김동욱과 강소라 등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다.
지난해 말 배우 이제훈 문채원 강신일 주연의 오디오 영화 ‘층’을 공개해 주목받은 네이버 바이브는 올해 미스터리 스릴러물 ‘리버스’ 제작을 확정했다. 배우 이선빈 이준혁 등이 목소리 연기에 나선다. 지난해 ‘층’은 공개 한 달 만에 재생 수 100만회를 돌파했다.
TV가 없던 시절에 많이 듣던 라디오 드라마는 ‘오디오 드라마’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9일 네이버 오디오 클립 전체 인기 순위에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재혼 황후’ 등 웹소설 기반의 오디오 드라마가 상위권에 올라 있다. 무협,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웹툰과 웹소설 기반 오디오 드라마가 팬들에 의해 제작되기도 한다.
CJ ENM은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데뷔 지원 사업 ‘오펜’을 통해 데뷔한 창작자들의 작품을 오디오 드라마로 선보인다. tvN ‘갯마을 차차차’의 신하은 작가가 지은 ‘문집’(2018), JTBC ‘18어게인’의 김도연 작가가 쓴 ‘각색은 이미 시작됐다’(2019) 등 23편의 작품이 다음 달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윌라를 통해 공개된다.
윌라는 소설, 교양서적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예외의 탄생’ 등 인기 웹소설을 오디오북으로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로 소개돼 사랑받은 작품들을 오디오북으로 소개하는 테마전도 연다.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의 동명 원작 소설, 영화로 제작된 ‘너의 이름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카모메 식당’ 등 11개 작품을 선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전, 업무, 집안일 등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오디오 콘텐츠가 효율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며 “웹툰 웹소설 등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