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기관인 금융보안원 원장 자리에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출신이 재취업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공개모집에서도 면접을 본 지원자는 금감원 부원장보 한 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원장들은 이 자리에서 재취업 제한 기간 3년을 보낸 뒤 민간 은행에 또 취업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보원 원장 공개모집에서 면접을 본 지원자는 김철웅 현 금보원장 단 한 명이었다. 김 원장은 원장추천위원회(원추위) 서류 심사에서 유일한 면접자로 선정된 뒤 단독 후보로 추천돼 원장에 선임됐다. 금보원은 금융결제원, 코스콤, 금융보안연구원의 기능을 통합해 2015년 출범했다.
금보원은 은행·증권·보험사 등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기관이어서 원장도 공개모집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김 원장을 비롯해 1~4대 원장 모두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원장 공개모집 시 원추위가 가동되지만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원추위는 이사회 추천을 받은 외부위원 3명, 금융위 추천 외부위원 2명 등 5명으로 꾸려진다. 하지만 원추위 위원장직은 금융위 추천 위원이 맡게 돼 있어 금융위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 후보는 36개 대의원사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최종 선임된다. 회원사 입장에서 사실상 당국이 추천한 인사를 반대하기는 어렵다. 한 대의원사 관계자는 “원추위에서 교통정리가 되면 대의원회에서 추인하는 형태다. 민간에서 좌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역대 금보원장은 모두 은행에 재취업했다. 허모 2대 원장은 임기 종료 직후인 2018년 초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모 전 원장도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으로 재취업했다. 이들 입장에서 금보원장직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기간인 3년을 공백 없이 보낼 수 있게 하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내부에서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보원 직원은 “원장 선임에 문제 제기하는 건 사실상 정부에 대항하는 건데,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차라리 부원장보보다 높은 분이 오셔서 회사 목소리가 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보원 측은 “면접자가 한 명이었던 것은 당초 복수의 지원자가 있었지만 서류심사에서 탈락자가 발생한 탓”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입사원 뽑을 때도 전화 한 통이면 압수수색 받는 시대인데 (우리가) 외압을 행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