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재 투쟁 상징” “탁월한 서정시인”… 김지하 추모 물결

입력 2022-05-10 04:03
9일 강원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김지하 시인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저항시인이었던 고인은 전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연합뉴스

강원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지하 시인의 빈소에는 9일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낸 조화가 놓였고 박노해 시인 등 문인들의 조화가 길게 늘어섰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강대인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등은 이날 빈소를 찾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SNS에 고인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올리고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추모했다.

고인과 친구로 지낸 소설가 황석영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970년대 유신독재 하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등 상징적 역할을 많이 했다”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시인을 이용하기만 한 측면도 있다. 사회와 불화한 채로 세상을 떠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훈은 고인의 변절 논란으로 번진 1991년 기고문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에 대해 “이 칼럼은 학생들의 저항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주된 흐름은 죽음을 만류한 것”이라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시국에 대한 감수성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고인을 기리는 글이 이어졌다. “진영 논리 따위는 모르겠다. 탁월한 서정시인으로 기억한다”(류근 시인) 등 진보 인사들의 추모 글도 올라왔다.

고인은 전날 오후 4시 원주 판부면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둘째 아들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일일이 (가족들) 손을 잡아보고 웃음을 보이신 뒤 평온하게 가셨다”고 전했다. 장례는 유족들 요청으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1일 오전 9시. 화장 후 원주 흥업면 선영에 묻힌다.

다음 달 25일에는 49재를 맞아 서울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부영 이사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임진택 연극연출가 등이 주도한다. 이들은 “김 시인의 본령은 생명사상과 생명미학에 있다”며 “그와 함께 문화활동을 했던 예술인 등을 중심으로 추모문화제를 화해와 상생의 차원에서 갖겠다”고 밝혔다.

2018년 고인의 마지막 책이 된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출간한 도서출판 작가의 손정순 대표는 고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연구자의 글을 모은 추모집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