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脫원전’ 백지화에 들썩이는 SMR 시장

입력 2022-05-10 04:04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한다고 선언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MR 발전소 사업을 둘러싸고 산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증기 발생기 같은 주요 기자재를 하나의 모듈로 일체화한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다. 기본 원전의 발전량은 1000㎿ 안팎에 이른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사고 확률을 줄이고 유사시에 대응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계에선 원자력 시장이 SMR을 중심축으로 재편된다고 관측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SMR 시장은 2030년을 전후로 크게 확장할 전망이다. 미국 러시아 등 원전 설계기술을 보유한 국가에서 각자 모델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에너지기업, 원전 기자재 개발·생산기업 등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S그룹의 발전소 운영능력,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발전 기자재 공급능력, 삼성물산의 발전소 시공역량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뉴스케일이 제작한 소형원모듈원자로(SMR) 모형 윗부분. 뉴스케일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SMR 관련 기업 가운데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이 나오면서 세계적으로도 ‘SMR 시장’을 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3일 SMR 기업 중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기당 77㎿의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대 설치해 총 924㎿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2020년에 세계 최고 원자력기관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유일하게 따냈다. 뉴스케일파워는 북미, 유럽 및 아시아 등의 SMR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의 투자사들과 뉴스케일파워에 1억380만 달러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 제작성 검토용역을 따내 지난해 1월 완료했고, 현재 시제품을 제작 중이다.

각국 정부도 ‘그린 에너지’ 정책의 하나로 SMR에 주목한다.

미국은 국가전략산업으로 SMR 사업을 육성 및 추진하겠다는 방침으로,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탄소중립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수년 안에 SMR을 포함한 대규모 원자력 프로젝트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SMR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원전 사업에 10억 유로(약 1조4010억원)을 투입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SMR은 차츰 뜨거워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석열정부의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SMR 분야에 대한 한·미 협력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