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정면돌파’ 택한 李… ‘계양을 이어 당권’ 직진할까

입력 2022-05-09 04:03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걸어가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계양산 야외공연장에는 민주당 추산 2000여명이 운집했으며, 내부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20, 30대 여성 지지자들로 일찌감치 가득 찼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정치 무대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복귀했다. 3·9 대선에서 역대 최저 득표차(0.73% 포인트)로 패배의 쓴잔을 들이켠 이후 정확히 두 달 만이다.

이 전 대표는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쉼 없이 내달릴 전망이다.

8일 오전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 전 지사의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은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민주당 추산 2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공연장 내부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20, 30대 여성 지지자들로 일찌감치 가득 찼다. 저마다 파란색 모자나 티셔츠로 꾸민 2030세대 여성들은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에서 ‘떼창’을 부르듯 이 전 지사의 이름을 연호했다. 일부는 이 전 지사를 향해 “아빠” “귀엽다” 등을 외치기도 했다.

인천 계양구에 산다는 한 30대 여성은 “맨 앞줄에 앉으려고 오전 5시30분에 왔다”고 말했다. 전날 공지된 기자회견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이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지사가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등 여성 인권에 대해 말해 지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전 지사는 계양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후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에 도전할 계획이다. 윤석열정부 시작과 함께 170석 안팎의 ‘거대 야당’의 사령탑에 올라 확실한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계양을 당선은 ‘됐다’고 보고, 전당대회에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며 “지금 당권을 잡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도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민주당을 확실히 개혁해야 하고, 개혁의 선봉에 이재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이끌면서 윤석열정부의 폭정을 막아내는 것이야말로 이 전 지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 본인도 강한 야당의 당수로서 정국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지사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하며 지방정부를 바꿔왔듯 국회에서 또 한번의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 전 지사가 보궐선거 직후 곧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커지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충분한 성찰 없이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모자라 당권까지 손에 쥐려는 것은 과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받았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박지현(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에둘러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올해 당대표가 되면 다음 총선 공천권을 손에 넣게 되지만 동시에 총선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2027년 대선을 대비해 자기 사람을 원내에 심고 싶다는 이 전 지사의 마음은 알겠지만, 불안하고 배고프다고 욕심을 부리면 언젠가 탈이 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출마 기자회견 후 계양산 시장을 방문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 전 지사를 보려는 사람들이 시장으로 몰리면서 이동이 힘들 정도로 붐볐고, 좌판이 무너지는 사고도 벌어졌다.

최승욱 기자, 인천=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