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지사는 거대 야당을 이끌면서 윤석열정부와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 전 지사는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가 정치 일선에 나선 것은 지난 3·9 대선 이후 두 달 만이다. 이 전 지사는 당의 요청에 따라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와 함께 6·1 지방선거 총괄 상임선대위원장도 맡기로 했다.
이 전 지사는 “제가 사실 (대선에서 패배한) 죄인 아니겠느냐”며 “문밖에 나가기 힘이 들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대선 이후 현관문을 나와본 것이 오늘이 네 번째”라며 “선거운동원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처음 문밖을 나갔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고생했다고 술 한잔 사준다고 해 나간 게 두 번째, 세 번째는 말하기 어려운 사유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출마 배경에 대해 “저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이른바 ‘방탄 출마’라는 비판을 ‘민주당 위기론’과 ‘책임 정치’라는 명분으로 받아친 것이다. 그가 새벽까지 직접 작성했다는 기자회견문에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11차례 등장했다.
이 전 지사는 이와 관련한 국민의힘의 정치 공세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저의 출마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결단의 한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겠다”며 “상대가 원치 않는 때와 장소, 방법으로 싸우는 것도 하나의 중요 판단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끝없이 제기하고 있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역공을 취했다. 이 전 지사는 윤석열정부 측 인사들을 “대장동에서 해 먹고, (제주) 오등봉과 부산 엘시티에서 해 먹어서 온몸이 오물로 덕지덕지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도둑 막아보겠다고 열심히 하다가 먼지 좀 묻었다고 나를 도둑놈으로 모는 것이 상식적인 정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자기 발등에 피가 나고 있을 것이고, 자칫하면 자신이 모시는 사람에게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심판자는 선택받고 유능한 일꾼은 선택받지 못했다”며 “그러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견제와 균형, ‘잘하기 경쟁’이 가능하도록 심판자가 아닌 일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꾼으로 최적화된 이재명과 동료들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인천=안규영 기자, 김승연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