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경영난으로 인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퇴직 신청을 하지 않은 근로자까지 모두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사측은 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A사회복지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A법인은 2020년 1월 경영난을 이유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해당 시설에서 일하던 근로자 32명 중 2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법인은 다음 달인 2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7명에게도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된 이들은 같은 해 5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해 받아들여졌다.
이후 A법인은 2020년 8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중노위는 “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인정되나 원고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아니했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법인은 이에 불복해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법인은 “경영난으로 근로자들을 해고해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희망퇴직 등 절차를 마련하는 등 근로자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거쳤으므로 해고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A법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5억3000여만원을 환급해야 했고, 두 달 만에 입소자가 91명에서 59명으로 감소하는 등 경영상 긴박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희망 퇴직 신청을 하지 않은 근로자까지 모두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인이 해고를 회피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근로자의 수에 관한 별다른 검토 없이 해고를 단행했다”며 “희망퇴직 등을 협의한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때도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