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위험상품’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증권사 위탁거래 방식이기때문에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 내 규제로 관련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 범위에 서학개미들이 올해 들어 16조원 가까이 사들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들도 포함되는 만큼 규제에 따른 가격 급락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지난달부터 ‘고위험 금융상품의 효율적인 판매 및 규제 강화’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최종 의견제출 기한은 9일(현지시간)까지다.
미 당국은 관련 공지에서 “위험상품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넓혀주지만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거래했을 경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직접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과거에 머물러 있는 규제가 현재 상황에도 적합한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지목한 위험상품은 레버리지상품, 인버스상품,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펀드 등 변동성이 높은 것들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대거 인상하겠다고 시사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확히 어떤 규제가 도입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당국은 관련 공지에서 현재 일부 고위험상품이나 옵션거래에 도입돼있는 자격시험제도를 언급했다. 투자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금융지식을 갖고 있는지를 시험으로 확인해 합격자에게만 거래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투자금액의 2~3배에 달하는 증거금을 예치하고 나서야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같은 소식이 확산하며 미국 본토는 물론 국내 투자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 규제가 TQQQ(나스닥100지수 3배), SOXL(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배), SQQQ(나스닥100지수 3배) 등 서학개미들이 쓸어담은 ETF 상품들을 사정권에 둔 탓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학개미들이 집중매수한 해외주식 가운데 레버리지상품 3개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매수액만 124억5000만달러(15조8100억원)를 넘어선다.
미 당국의 규제가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능력을 직접 제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규제 시행 이후 미 본토에서 ‘투자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이 시장에서 대거 퇴출되면 투자자 이탈에 따른 시장 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가 우려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