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골 고지에 올랐다. 유럽 5대 리그에서 20골을 넣은 최초의 아시아선수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은 7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1-2022 EPL 36라운드 리버풀전에서 선제골을 넣어 시즌 20호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골로 안필드에서 12연승 중이던 리버풀에 1대 1 무승부를 거두며 귀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후반 11분 라이언 세세뇽의 패스를 받아 리버풀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후반 28분 리버풀 루이스 디아즈의 슈팅이 굴절되면서 동점골을 내줬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필드에서 경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승점을 얻었지만 3점은 얻지 못했다. 리버풀은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라고 말했다.
EPL은 손흥민을 ‘킹 오브 더 매치’(KOTM)에 선정했다. 올 시즌 EPL에서 13번째로, 모하메드 살라와 최다 선정 타이 기록이다. 영국 BBC방송은 손흥민에게 평점 7.69점을 매기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5-2016 시즌부터 4골-14골-12골-12골-11골-17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번 시즌 20골을 넣으며 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거듭났다. 토트넘 역사에서 리그 2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위르겐 클린스만, 테디 셰링엄 5명뿐이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침묵한 살라(22골)와 득점 차도 2골로 좁혀 아시아 최초의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득점왕을 향한 도전도 이어갔다. EPL통산 90골로 다음 시즌 100골 클럽 가입도 기정사실화했다.
1골만 더 넣으면 아시아 선수의 유럽 1부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 타이도 이룬다.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르)는 AZ알크마르 시절인 2017-2018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21골로 아시아 최초 유럽 1부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의 20골은 페널티킥(PK) 없는 순수 필드골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EPL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베일의 재림’이다. 토트넘에서 페널티킥 없이 20골을 달성한 선수는 2012-2013 시즌 베일이 유일하다. 당시 베일은 21골을 퍼부어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팀,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팀·선수·영플레이어, EPL 시즌의 선수 등 각종 상을 휩쓸고 이듬해 당시 최고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손흥민이 1골만 더 뽑아낸다면 베일과 타이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이번 시즌 압도적 성적으로 1·2위 싸움을 벌이는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을 상대로 리그 경기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획득한 점도 돋보인다. 맨시티와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1대 0 승리를 이끌었고, 후반기 맞대결에서는 2도움을 올리며 3대 2 극적인 승리를 가져왔다. 리버풀전에는 전·후반기 모두 1골을 넣으며 2대 2, 1대 1 무승부로 팀 패배를 막았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토트넘은 빅2에 2승 2무라는 성적을 거뒀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 중인 토트넘은 19승 5무 11패(승점 62점)를 기록하며 EPL 5위에 머물렀다. 1경기 덜 치른 4위 아스널과 승점 1점 차다. 아스널과 토트넘은 UCL 진출을 위해 오는 13일(한국시간) 37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승리해야 한다. 손흥민은 “내 골보다 UCL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긴다면 제가 골을 넣지 않아도 된다”며 “홈에서 치르는 만큼 잘 준비해야 한다.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