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1945년 아홉 살 소년이 미군으로부터 땅콩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무서운 마음을 억누르며 간신히 영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국제로잔위원회 의장인 마이클 오(51) 목사는 지난 4일 인천 연수구 인천온누리교회에서 2024년 한국에서 열리는 4차 국제로잔대회 준비 모임을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소년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 아이가 바로 제 아버지 오성규씨”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됐다. 오 목사가 태어나기 1년 전인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의 삶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살아본 적 없는 오 목사지만 부모의 나라에서 4차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오 목사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잿더미에서 일어나 삼성, K드라마, BTS의 고향이 된 한국을 생각해 봤다”면서 “120여년 전만 해도 기독교인이 2만 명에 불과하던 한국이 지금은 2만10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또 “197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여의도광장에서 110만 명 앞에서 복음을 전했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서울은 저와 제 가족, 그리고 로잔과 세계 선교를 위한 매우 특별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 목사는 4차 대회에 대한 또 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한국에서 열리지만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교회가 함께한다는 점이다. 오 목사는 일본과의 인연도 깊다.
그는 98년 미국장로교회에서 안수를 받고 같은 해 일본으로 가 2년간 선교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사역했다. 신학교인 CBI재팬을 세워 총장까지 지냈고, 올네이션즈펠로십 교회도 개척했다.
로잔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트리니티신학대 시절 로잔운동을 배웠고 2004년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2년 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로잔 젊은 지도자 모임에선 개회연설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미나와 포럼에 참석하면서 영국의 복음주의 지도자이자 로잔대회를 이끈 존 스토트 목사와 두 번의 점심을 먹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007년 로잔 이사회에 합류한 그는 42세이던 2013년 3월 국제로잔위원회 총재 겸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최연소이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이었다.
오 목사는 4차 대회에 대해 “선교에 대한 진지한 헌신과 도전을 위해 전 세계 교회가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아시아 교회가 화해와 사랑, 협력을 통해 복음의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 목사 개인의 목회 비전을 물었다. 그는 자신의 책 제목인 ‘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I’m nothing)을 언급하면서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돼 그분의 뜻을 따라 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인천=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