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끝내 거부하면 “총리 없이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한 후보자 인준을 ‘볼모’ 삼아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공세에는 끌려 다닐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민주당 역시 물러설 기색이 없는 만큼 윤석열정부 초반부터 여야 ‘극한 대치’ 정국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6일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정권의 총리는 한덕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유로 우리 정권을 발목잡기 위해 (인준을) 부결시킨다면 총리 없이 가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협치와 유능한 총리의 상징으로 한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민주당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며 “과반 의석수를 갖고 새 정부를 길들이겠다는 건데, 그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전날 한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정권 초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총리 대행 체제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이 배수진을 치고 나선 이유는 정권 초반부터 정국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은 168석의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을 지렛대 삼아 새 정부 ‘발목 잡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른 장관과 달리 총리는 임명을 위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 후보자에게 결정적인 하자가 있거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한 후보자 인준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연계시키더니 이제는 이상민, 원희룡 후보자 낙마까지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 측은 민주당의 총리 인준 비협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낙마 1순위’로 지목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강행할 태세다.
민주당 역시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다.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당분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중간보고 회의에서 “하나같이 특권과 비리, 불법 의혹이 쏟아졌다”며 “정호영·원희룡·이상민·박보균·한동훈 후보자 5명은 국민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후보자 인준을 다른 장관 후보자 낙마에 연계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무엇을 줄게, 무엇을 내놔라’식의 흥정이 있을 수 있냐”며 “연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장관 후보자와 관계없이 한 후보자가 총리로서 자격미달이라는 주장이다. 한 후보 인사청문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는 대한민국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결격 사유가 차고 넘치는 인사임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실 비서관급 2차 인선(20명)을 발표했다.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 안보전략비서관에는 임상범 주제네바 한국대표부차석대사, 외교비서관에는 이문희 전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임명됐다. 기존 인사수석 역할을 맡게 될 인사기획관에는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이 임명됐다. 복 전 국장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때 대검 사무국장을 지냈다.
정현수 오주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