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성 간첩조작 사건은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대표적 흑역사 가운데 하나다. 서울중앙지검이 2013년 2월 서울시 공무원 이던 유씨를 탈북자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련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는 유력 증거로 제시된 진술이 국가정보원의 협박과 가혹행위로 인한 거짓 진술이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간첩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중국 공안이 발급했다는 유씨의 출·입경 기록 등을 증거로 제시했는데 조작된 문건이었다. 유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간첩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국정권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인해 수년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사건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 정권 때 횡행했다 민주화 진전 이후 자취를 감춘 공안기관의 간첩 조작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증거까지 조작해 죄를 뒤집어 씌우려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인권침해이고 심각한 국가폭력이다. 그런데도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와 공판을 담당했던 검사들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검찰은 해당 검사들이 국정원 직원이 제출한 조작 증거에 속았다며 무혐의 처분했고 내부 징계에서도 정직 1개월에 그쳤다. 2019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한 후 검찰이 사건 조작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방치했다고 판단한 것을 보면 검찰이 ‘제 식구 봐주기’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단행한 대통령실 비서관 인사에서 이 사건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를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해 구설에 올랐다.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물에게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중책을 맡기겠다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윤 당선인과 새 정부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검찰에서 당선인과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발탁됐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