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 정비’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공식화했다. 법 규정이 모호하다는 재계 등의 의견을 반영해 법령을 손보고 지침·매뉴얼 등으로 경영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이 대해 권오성(사진)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행정부에서 중대재해법의 규범력을 정하는 건 잠정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재해법은 대부분 행정법규가 아닌 형사법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행정부에 감독 권한이 없다”며 “법원의 판례 형성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 책을 펴낸 노동법 전문가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행정감독이 가능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사고가 난 이후부터 작동한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기본 구조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대표이사를 처벌한다는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매뉴얼을 만들어도 검사가 이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할지 담보할 수 없고 나아가 유무죄 판단은 법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더라도 범위가 제한적이라 법의 취지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권 교수는 오히려 중대재해법이 적용돼도 실제 사업주 등에 대한 처벌까지 이어지긴 어렵다고 내다보면서, 이를 보완할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며 “안전보건시스템뿐 아니라 재발 방지 규정 위반, 관련 법령 위반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이사가 통상 현장에 나가있지 않는 만큼 상당히 많은 가정과 논리전개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