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원전·부동산 정상화’… 文 임명 기관장과 엇박자 우려

입력 2022-05-06 04:0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과제 전면에 내세운 원전 진흥과 부동산 정책 정상화는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과 손발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관련 대다수 전력 공기업 수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부동산 정책 실행을 맡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기관도 마찬가지다. 철학이 다른 사람들 사이 정책 실행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을 분야는 원전 관련 공공기관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제외한 다른 전력 공기업 수장을 당장 교체하기 어렵다. 탈원전 정책을 진두지휘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임기는 2024년 5월에 끝난다.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중부발전 등의 수장들도 임기가 한참 남았다. 재생에너지 담당 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1월 새 수장이 임명됐다. 이상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한수원의 경우 정재훈 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만료돼 정부 출범과 동시에 새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 원전 분야는 아니지만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조만간 교체가 가능하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 임기는 오는 7월까지다.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는 공공기관 수장도 새 정부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부동산 공급을 담당하는 LH와 청약 업무를 맡은 한국부동산원의 수장도 임기가 많이 남은 상태다. 김현준 LH 사장은 2024년 4월,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같은 해 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국정과제 중 42번인 연금 개혁 부문을 담당할 기관들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현재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곧바로 임명할 수 있지만 공무원연금공단, 사립학교직원연금공단 등 기관장은 2023~2024년이 돼야 임기가 끝난다.

이런 상황은 정책 실행 과정에서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 엇박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문재인정부가 환경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었다는 선례를 고려하면 무리한 물갈이는 힘들다.

이에 따라 관가에서는 감사원이 지난달 인수위에 보고한 공공기관장 직무역량 평가 강화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감사원이 경영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을 ‘고위험 기관’으로 지정하고 평가·감독을 강화하는 식으로 기관장 교체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관장이 교체되지 않아도 정책 수행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관가에서는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사례가 회자한다. 그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특별보좌관을 지냈지만 대선 직후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재개발, 재건축 등 주택공급 확대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 기관장들은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 ‘어공’(어쩌다 공무원)과는 좀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