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은 프로야구에 만원 관중이 돌아왔다. 5일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은 수원 KT위즈파크(2만명)와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가 격돌한 인천 SSG랜더스파크(2만3000명)가 차례로 매진을 달성했다. 2019년 9월 29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잠실(2만5000명) 경기 이후 949일 만이자 코로나19 시대 첫 만원 사례다.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대거 야구장을 찾아 잠실, 대구, 광주까지 총 10만3573명의 관중을 받아 시즌 누적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날 경기에선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KIA 타이거즈 2년차 선발 이의리는 8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키움 히어로즈 타자들을 압도하며 팀의 10대 1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수비진 실책으로 안타 없이 실점(무자책)을 허용했지만 7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키움에서 트레이드된 박동원이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고, 나성범이 3점포를 터뜨리는 등 타선도 폭발하면서 KIA는 6연패 뒤 2연승으로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수원에서는 KT 박병호가 1회부터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한 홈팀 KT가 롯데를 8대 2로 제압하고 기세를 올렸다. 잘나가는 롯데 선발진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혀온 글렌 스파크맨이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스파크맨에 이어 갑작스레 구원 등판했음에도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구원 피칭을 펼친 2000년생 영건 서준원의 호투가 롯데팬들의 쓰린 속을 달래줬다.
1996년부터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시리즈에서는 두산이 9대 4로 승리를 가져갔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의 부상에 대체선발로 활약 중인 2년차 어린 선발 최승용이 승리의 주역이 됐다. 승리투수 요건은 채우지 못했지만 4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경기 초반을 버텨주면서 타선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LG는 믿었던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5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LG 벤치는 3-6으로 추격한 5회 초 켈리가 흔들렸지만 62경기 연속 5이닝 투구 기록을 의식한 듯 교체 타이밍을 망설였고 이는 결정적 패착이 됐다. 두산 벤치가 5회 말 승리투수 요건이 걸려있음에도 한계 투구수에 다다른 최승용을 칼 같이 내린 것과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벤치 싸움에서 밀린 LG는 이번 시즌 두산전 우위를 이어가지 못하고 시즌 전적 3승3패로 동률을 허용했다.
대구에서도 3년차 2001년생 삼성 선발 황동재가 데뷔 첫 승을 신고하며 삼린이들과 어린이날을 자축했다. 황동재는 6⅔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 후 최다 이닝 및 첫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NC 영건 송명기도 5와 3분의 1이닝 4실점으로 선방했으나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은 6회 4득점 빅이닝을 완성하며 NC를 5대 2로 제압했다.
인천에서는 빅리그 90승 경력에도 불안한 투구로 걱정을 샀던 ‘위기의 남자’ SSG 이반 노바가 장단 13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도움을 받아 7이닝 5피안타 3실점 투구로 3승째를 수확했다. SSG는 한화를 14대 4로 제압하고 21승7패1무로 단독 1위를 지켰다. 특히 창단 첫 만원 관중과 정용진 구단주 앞에서 쓱린이들에게 어린이날 기념 승리를 제대로 선물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