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반복돼 왔다. 임기 말 기관장 인사를 하면 야당은 ‘낙하산 인사’ ‘알박기’라고 반발하고, 여당은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방어하는 식이다. 공공기관 인사는 신구 권력 기 싸움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매번 반복되는 인사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추거나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임명직과 직업 공무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공기관 기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정권 이양기에는 기관장이 스스로 사퇴하거나 사퇴를 종용받아 임기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일 사의를 표명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해 사의를 밝혔다”며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장 임명도 능력보다는 ‘코드’에 맞는 인사를 자리에 앉히는 엽관제 성격이 짙다. 인사권자와의 정치적·개인적 관계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적제와 엽관제의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공공기관 인사에 명확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5일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일할 여건을 만드는 차원의 공공기관장 인사는 필요해 보인다. 정부마다 정책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공공기관장 임기를 2년반씩으로 나누거나,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는 ‘인사권자의 신임을 묻도록 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다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 5년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맞춰 인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플럼북(Plum Book)’처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정치적 임명직을 정하고 해당 직위에 필요한 자격 요건과 보수·임기 등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정치적 임명직은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야 한다. 이에 반해 직업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임기가 보장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장 임기를 보장하지 않으면 정치권 등 외부 입김이 훨씬 더 세질 수 있다”며 “임기는 확실히 정하되, 기관의 설립 취지를 고려했을 때 정부 철학과 맞지 않으면 이전 기관장은 사표를 내는 식의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