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윤석열정부 첫 내각 인사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한동훈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 있다면 새 정부 초반 정국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동훈 때리기’가 6·1 지방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도덕적 흠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 후보자 자진 사퇴나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한 후보자를 둘러싸고 타협점이 보이지 않아 여야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표결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후보자 임명 문제와 연관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5일 “‘정 후보자를 낙마시키면 한동훈 후보자는 살려준다’는 식의 거래를 국민의힘과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정 후보자는 이미 사퇴했어야 할 사람이고, 한동훈 후보자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한덕수 후보자) 인준 표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특히 한동훈 후보자 장녀와 관련해 제기된 이른바 ‘스펙 쌓기’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한 후보자 장녀의 논문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진짜 위선과 가식 덩어리가 아니겠냐”면서 “이 부분을 더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자녀 교육 관련한 불공정 의혹이 한동훈 후보자까지 이어질 경우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조국 수사’를 총지휘했던 한 후보자가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휩싸인다면 윤석열정부는 출범도 전에 휘청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한동훈 때리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동훈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이 나온 것이 있느냐”며 “한 후보자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른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한덕수 후보자를 인질로 잡고 한동훈 후보자 임명은 무조건 안 된다고 떼를 쓰고 있다”며 “누구를 통과시켜 줄 테니 누구는 떨어뜨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총리·장관 후보자 인사로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새 정부는 불가피하게 ‘차관 정치’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업무 공백이 불가피한데,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임명할 수 있는 차관을 통해 이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또 새 정부 초기에는 윤 당선인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문재인정부 장관들이 참여하는 ‘어색한 동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하거나 일부 장관 임명이 지연돼 국무위원 ‘15인 이상’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장관들은 9일 일괄 사표를 낼 계획이지만, 김부겸 총리가 이들 중 일부 인사의 사표 수리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승욱 문동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