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올해 안에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전체 130곳 가운데 10.8%인 1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인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이 대다수인 탓이다. 공공기관장 60% 이상이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새 정부 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일보가 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가 연말까지 새롭게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은 공기업(36곳)과 준정부기관(94곳) 130곳 중 14곳이었다.
가장 빨리 기관장 인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축산물품질평가원과 한국관광공사로, 둘 다 이달 기관장 임기가 종료된다. 이어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관장이 6월, 한국가스공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기관장이 7월에 물러난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8월) 한국수출입은행(10월)도 올해 안에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다.
새 정부는 지난 3~4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아직 기관장이 임명 안 된 곳부터 인선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 한국수력원자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다. 앞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경우 1년 연임을 시도했으나 ‘알박기 인사’ 논란에 휩싸이며 물거품이 됐다.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임기를 1년4개월 남긴 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 대부분 공공기관장 임기는 1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상임감사 460명(공석 23명 포함) 중 290명(63%)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중 207명(45%)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임명권자인 대통령 임기와 관계없이 공공기관 기관장은 3년, 이사·감사는 2년의 임기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사표 제출 종용과 표적 감사 등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산하 기관 임원에게 일괄 사표를 강요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이 죄로 지난 1월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됐다. 새 정부로서는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불편한 동거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공공기관장을 잇달아 새로 임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철도공사 SR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권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맞섰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