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이상 올리는 행위)을 단행했다. 2000년 이후 22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연준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에도 돌입한다. 다만 제롬 파월(사진) 연준 의장이 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뉴욕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연준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0.75~1.0% 수준으로 올랐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시절인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금리 인상과 함께 긴축 통화정책의 양대 수단인 양적 긴축도 시작된다. 연준은 8조9000억 달러(약 1경1272조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내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보유 자산을 팔아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겠다는 뜻이다. 연준은 국채 3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75억 달러를 매각한다. 3개월 뒤에는 국채 600억 달러, MBS 350억 달러까지 축소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임을 경고하며 6월, 7월 FOMC에서도 빅스텝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두어 번의 회의에서 추가로 0.5% 포인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견해가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현재 자이언트 스텝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밝히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그는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긴축 통화 정책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경기 연착륙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이어가자 뉴욕 증시는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19% 상승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8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2.99%)도 3% 가까이 올랐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도 5%가량 급등했다. 미 월가는 오는 11일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꺾였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위험 선호 심리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파월의 ‘연착륙’ 예상과 달리 물가가 고공행진하면 시장은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