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야외에서 마스크 없이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는 어린이날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동 인권 현실은 밝지 않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43명이다. 아동학대는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65%나 늘었다. 가해자 10명 중 8명이 부모였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아동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취약계층 아이들은 더 힘들었다.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5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21 아동 권리 인식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학업에 대한 부담, 미래에 대한 불안,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 등이었다. 아이들은 ‘놀 권리’를 보장받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어른의 간섭’을 들었다.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아동기본법(가칭) 초안을 만들어 내년 중 제정할 계획이다. 어린이를 보호나 교육의 대상으로만 규정하지 않고,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 인정하는 법이다. 이제라도 아동의 기본 권리를 구체화하고 이를 보장해 줘야 하는 국가와 사회의 책무를 명시한다니 다행이다. 아동기본법에서는 아동의 놀 권리도 보장한다. 교육 환경뿐 아니라 놀이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제100주년 어린이날이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아이도 어른처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에서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다. 그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어린이들이 새로운 시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의무이다.
[사설] 어린이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아동기본법’을 기대하며
입력 2022-05-0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