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 49번째… 이슬아의 노래 이야기

입력 2022-05-05 20:58

“노래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영혼을 들켜버리고 만다. 좋은 가수는 좋은 작가가 해낸 것과 비슷한 일을 해낸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투명하고 담대한 사람이 되면 음악의 사랑을 받으며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의 마흔아홉 번째는 노래에 관한 책이다. 작가 이슬아가 노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노래와 함께 점점 더 오래된 사람이 돼가는 이야기, 노래가 좋아서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노래방을 장악해보지도 않은 자신이 왜 노래에 대한 책을 쓰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사인 볼트가 육상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엄마가 요리에 관한 글을 쓰지 않듯, 가왕들은 노래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 이슬아는 가왕들이 두려움 없이 다음 소절로 나아가는 것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작가는 노래방에 대한 최초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삼대가 함께 모여 살던 그의 집 거실엔 노래방 기계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술 취한 날이면 집안 식구들을 호출해 노래방 기계를 틀었다. 노래 교실에 열심히 다니던 할머니는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겠다”고, 당숙모는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 거라고 노래했다.

작가의 삶에는 끊임없이 노래가 스며들었다. 아홉살 때인 2000년의 어느 날 어른 없이 친구들과 처음 간 노래방에서 조성모의 ‘불멸의 사랑’을 부른다. 작가는 언젠가 수없이 울고 이별하는 뮤직비디오 속 조성모처럼 또는 조성모 같은 사람과 사랑할 것이라 생각한다.

할아버지를 잃고 슬퍼하는 연인에게 그는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고 노래를 불러준다. 스물아홉의 이슬아는 지인의 결혼식에서 축가로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며 그때야 그 노래가 얼마나 심각하게 낭만적인 노래인지 깨닫는다. 한 해가 끝나던 어느 날엔 정미조의 ‘눈사람’을 들으며 마음속에 하얗고 커다란 벌판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이자 헤엄 출판사의 대표다. 수필, 칼럼, 인터뷰, 서평, 시트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 ‘심신 단련’ ‘깨끗한 존경’ ‘부지런한 사랑’ ‘창작과 농담’ ‘새 마음으로’ 등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