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조현수 구속기소…“피해자 가스라이팅… 작위 의한 살인”

입력 2022-05-05 04:07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가 사건 발생 2년11개월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창수)는 4일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이씨와 조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씨가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상대로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함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특히 검찰은 구조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통상적으로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실체는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경제적으로 착취하다가 효용 가치가 없어지자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에 따라 여러 차례 시도 끝에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계곡에 데리고 갈 때부터 살해의 고의가 이미 존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윤씨의 금융자료를 추적한 결과, 피해자의 거의 모든 재산이 이씨와 그의 가족·지인들 명의 계좌 등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가 남편 윤씨와 교제를 시작한 시점은 사건 발생 8년 전인 2011년쯤으로, 이때부터 윤씨의 돈을 받아냈다. 2017년 3월 결혼한 뒤에도 다른 남성들과 사귀면서 윤씨를 착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윤씨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고립시키면서 자신의 요구를 남편이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봤다.

이들은 또 자신들 사건을 맡은 인천지검 주임 검사가 인사이동으로 바뀔 때까지 도피 생활을 계속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사 검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문을 써서 보관하는 등 검찰 수사와 향후 재판에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문에는 이들이 지난해 12월 잠적하기 전 검찰 조사에서 강압적인 수사를 당했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 과정은 모두 영상으로 녹화돼 있고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였기 때문에 허위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윤씨가 사망하기 전 계곡에서 함께 물놀이한 조씨의 친구(30)도 살인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4개월간 도피 생활을 할 때 은신처를 마련해 준 30대 남성 2명을 최근 구속했으며, 또 다른 조력자 2명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가족이 피해자의 양자로 입양된 이씨 딸과 관련한 가족관계 등록 사항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검사가 어제 인천가정법원에 입양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