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졸속”·헌소도 잇따라… 경찰 “수사권, 원래 검찰 것 아냐”

입력 2022-05-05 04:03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관여한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트럭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주차돼있다. 연합뉴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질 않고 있다. 변호사단체는 재논의를 촉구했고, 시민단체는 연신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검수완박 논의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경찰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4일 논평을 내고 “수사공백을 메울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이뤄진 검찰청법·형소법 개정법률안 공포에 유감을 표하며 재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개정 검찰청법에 대해 “민생 범죄사건에 대한 수사역량 보완을 위한 규정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대형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한 국가의 수사역량을 크게 약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공직자·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 제한은 부패한 공직자와 힘 있는 정치인들의 보호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오는 9월부터 공직자 범죄, 내년 1월부터 선거범죄를 수사할 수 없다.

형소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변협은 “공익적 고발사건에 대한 이의신청권마저 제한하고 있다”며 “형사사법 절차에서 진실발견과 정의 실현이 저해되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며, 부정과 부패가 은폐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을 판단 받으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전날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이어 이날 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정교모는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서 “(개정안이) 국가가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고 재판에 회부해 사회적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살아갈 인간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방역패스 헌법소원’을 냈던 양대림(19)군도 이날부터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하기로 했다.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등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해치는 입법 절차상 중대한 하자라는 게 양군의 논리다.

검수완박 논란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경찰은 “수사권의 역사와 세계 제도를 보면 ‘박탈’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냈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에서 ‘박탈’이라는 것은 ‘남의 재물이나 권리를 뺏는 것’인데 원래 수사권은 검찰에 영속적으로 있는 게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검경이 권한은 나눠 갖는 게 맞고, 기능적으로는 연계해 협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적극 반박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부터 사건 처리 기일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며 “검찰 기소 단계까지 포함하면 혐의가 있는 사건은 1.7일 늘었고, 불송치 사건도 종료까지 10일 늘어났지만 검찰 단계가 없어졌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평균 6일이 줄어든 셈”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태스크포스를 꾸려 공직자·선거범죄 전담 부서 신설 등 조직 개편과 수사 인프라 강화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임주언 김판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