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시설 2년 만에 운동회… “후원자 이모 빨리 보고 싶어요”

입력 2022-05-05 04:03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아이들이 서울 종로구 선덕원에서 풍선을 붙이며 운동회 준비에 한창이다. 이한결 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종로구 아동복지시설 선덕원 아이들은 ‘내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중단됐던 어린이날 운동회가 2년 만에 다시 열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진짜 운동회하는 거예요?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설 입구부터 운동회를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이면서 보육원 전체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이날 찾은 선덕원 입구에는 수십개의 풍선들이 알록달록 달려 있었다. 정소연(가명·10)양은 ‘행복한 어린이날’이라는 문구 옆에 꽃 모양으로 풍선을 붙였다. 소연양은 “내일 닭다리 싸움을 할 줄 알고 연습했는데 위험해서 안 되겠죠”라고 웃으며 물었다. 사회복지사는 “(닭싸움을 할지) 생각해볼게”라며 함께 웃었다. 그 옆에서 스마일 표정이 그려진 풍선으로 벽을 장식하던 정은주(가명·10)양도 “저도 하고 싶어요”라고 외쳤다.

야외 테라스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어른들이 ‘과자 뷔페’를 위한 테이블을 설치하자 아이들은 차곡차곡 쌓인 의자를 가지런하게 배열했다. 힘든 기색도 없이 “매일 어린이날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자 배치를 마친 아이들은 사회복지사를 쫓아다니며 운동회에서 할 종목을 물었다. 줄다리기, 물풍선 놀이 등 경기 종목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건 ‘보물찾기’였다. 소연양은 “저희 내일 보물찾기한대요. 저 보물 10개 찾을 거예요”라며 방방 뛰었다. 이어 “10개 찾아서 2개는 (같은 방을 쓰는) 동생들 나눠줄 거예요”라며 의젓한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는 바람에 아이들은 2년 동안 자원봉사자와 후원인을 만날 수 없었다. 5일 운동회에는 후원인 10여명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은주양은 “OO이모도 온대요? 빨리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운동회에 참석할 수 없는 후원자에게 직접 손편지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쑥스럽다”며 편지 내용은 한사코 보여주지 않았다. 소연양은 “코로나 때문에 운동회도 못 하고 자전거도 못 타서 속상했다”며 “이번에는 이모들하고 놀 수도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선덕원에서 생활지도원으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코로나 탓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누리지 못한 일상이 상당히 많다”며 “영화관, 미술관, 박물관에도 갈 수가 없었는데, 경험이 부족했던 아이들을 위해 체험학습 후원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상 회복과 함께 맞는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다른 아동보호시설들도 바삐 움직였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상록보육원은 건물 앞 공터에서 파티를 열 계획이다. 긴 테이블을 마련해 다 함께 옹기종기 모여앉아 종이접기, 보드게임, 만들기, 과자파티 등 행사를 진행한다. 강동구에 있는 ‘강동꿈마을’은 후원자와 함께 단체 외출에 나설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