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나는 아무 고민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무 생각없이 놀고 있는데 친구가 우유 영업사원을 권했다. ‘그럼 해 보지 뭐!’ 하며 갔는데 사장님이 오토바이 탈 줄 아느냐고 물었다. 무조건 잘 탄다고 했다. ‘인생 뭐 있어?’ 하며 처음 타보는 오토바이에 앉아 대충 앞으로 가는 것만 연습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유를 잔뜩 싣고 커브를 돌다가 운전미숙으로 옆으로 쓰러져 새 유니폼이 찢어지고 도로는 우유로 뒤덮였다. 황당해 하던 사장님이 면허증을 확인하더니 다음 날 차를 주었다. ‘인생 뭐 있어?’ 하며 기분 좋게 달리다 5년 동안 다섯 번의 교통사고를 냈다.
어느 겨울에 경리 누나가 사무실 난로의 기름을 사다주면 라면을 끊여 주겠다고 했다. 즉시 주유소로 가서 기름을 사왔다. 라면을 먹고 배달하고 들어오니 누나가 새까만 얼굴로 “동현아! 나 죽을 뻔 했어. 난로가 뻥하며 터졌어.”하며 울상이었다. 좋은 기름을 때라고 휘발유를 사다 준 것이 화근이 되어 사무실에 불이 나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우유 영업사원을 하다가 5년 만에 또 아무 생각 없이 그만두었다.
그 무렵, 춘천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동생은 내게 늘 예수님 얘기를 했다.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예수님 얘기는 관심도 없고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동생이 소방관이 어울린다고 하길래 ‘그래? 그럼 한 번 해볼까?’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동생은 공부하는 사이에 성경책을 꼭 읽으라고 당부하여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경 속의 제자들의 어이없는 모습에 예수님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교회에 대해 조금씩 마음이 열렸다.
그런 어느 날, 집에 온 동생이 어머니께 예수님을 믿으라고 했다. “그런 얘기할 거면 당장에 내려가라.”고 크게 화를 내, 동생은 다시 춘천으로 내려갔다. 어머니는 동생이 예수에 미쳤다며 계속 화를 풀지 못했다. “내가 동생을 만나 바른 길로 인도하고 올게요.” 했더니 어머니는 그래도 장남밖에 없다고 칭찬을 했다. 기차로 춘천에 가서 동생을 만났는데 내려온 목적을 말할 겨를도 없이 동생이 찬양예배가 있으니 교회 가자는 말에 ‘갔다 와서 얘기하지.’하며 얼떨결에 따라갔다. 밤늦게 찬양예배를 마치고 동생을 따라 교회 기숙사에 갔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예수님 얘기는 끝이 없었고, 어머니의 뜻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고 이상하게 부활 말씀만 맴돌았다.
다음 날 또 어쩔 수 없이 동생을 따라 교회에 갔다. 얼떨떨하여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예수님 저, 저 있죠. 예수님 믿습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툭 튀어 나오며 눈물이 막 쏟아졌다. 그리고 ‘이 죄인,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라는 기도가 계속 나왔다. 결국 동생에게 아무 얘기도 못한 채 “집은 걱정 말고 공부 잘하고 지내.” 하고 기차를 탔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동생은 걱정 말라며 어머니도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너 미쳤냐? 이걸 어째! 내려간 놈까지 같이 미쳤으니 어떻게 하냐?”하며 어머니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꼭 믿어야 구원받는다고 다시 말했더니 “그 얘기 또 꺼낼 거면 너도 나가!” 하며 소리쳤다.
1년 준비 끝에 소방공무원이 되었다. 화재로 죽고, 자살해서 죽고, 병으로 죽는 사람들의 비참한 말로를 보며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건축 공사를 하던 친구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생명이 위태롭다는 소식을 듣고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친구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전신 마비가 되었다. 그 상황을 보며 죽으면 끝인데 열심히 사는 것이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작은교회 예배 때 교회 형님이 “네가 구원을 받았는지 분명하지 않은데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냐?”고 한 말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예수님을 믿는 것은 무엇이고 구원받는 게 무엇인가요? 부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질문하며 고민하다가 얼핏 잠이 들었는데 어떤 물체가 몸을 눌러 공포에 싸였다. ‘예수님! 예수님!’ 하다가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는 말씀을 딱 떠올리자 몸이 풀어졌다. 순간, 예수님의 부활이 선명히 비춰졌다. “아!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나님이시구나! 이분이 진정 하나님이셨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백이 터졌다. “그동안 나를 살려주시고 나의 주인 되신 예수님을 잊고 살았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바로 무릎을 꿇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인생 뭐 있어!’ 하며 대충 살던 내게 하나님께서 전도하고 양육하여 제자를 삼으라는 인생의 뚜렷한 목표를 주셨다. 주위는 물론 직장의 센터장님, 직원, 사회복무요원, 식당 이모 등에게 복음을 전했다.
만약 내가 복음을 고민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어둠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살았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런 나를 하나님께서는 예수님 부활을 통해 흔들림 없는 확실한 믿음을 갖게 해 주셨다. 나는 오늘도 사도행전 1장 22절의 ‘예수의 부활하심을 증거할 사람이 되게 하여야 하리라’는 말씀을 새기며 복음을 들고 영혼들에게 다가간다.
김동현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