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교만함 가득했던 찬양 반주, 주님이 주신 재능임을 깨닫고 기쁨으로 봉사

입력 2022-05-09 03:08

착함과 성실의 아이콘으로 가정, 학교, 교회에서 많은 칭찬과 인정을 받으며 자랐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나를 마음에 꼭 들어했고, 교회에서도 말씀과 봉사로 많은 분들이 ‘성은이는 장래 사모감’이라고 극찬했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예배 피아노 반주를 했고, 얼마 후에는 절대음감으로 처음 듣는 노래도 악보 없이 자유롭게 치는 경지에 올랐다. 어느 해 많은 분들을 초청한 성탄절 행사를 할 때, 유치부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율동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갑자기 음악이 딱 끊어졌다. 직감적으로 음향사고라는 걸 인지한 순간, 내 손가락은 날아가다시피 건반 위에 올라가 그 다음 부분을 이어서 신나게 반주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자 센스 만점 반주자라며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그러는 사이에 ‘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교만한 마음이 꽉 찼다.

고3 때에도 친구들은 별 보고 학교 갔다가 별 보고 돌아왔지만, 나는 별 보고 교회 가서 별 보고 집에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걸 알아주실 분이 진짜 계실까? 고3인데 공부는 언제 하지? 나만 손해 보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아니야.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니 좋은 대학 보내 주실 거야. 그래도 하나님은 살아 계실 거야.’하며 무너지려는 마음을 애써 추스르곤 했다. 소망하던 대로 춘천교대에 합격하자 ‘역시 하나님은 살아계셔! 내 노력과 봉사가 헛된 게 아니었어!’하며 감사했다.

입학식 때 외지에 혼자 두는 것을 불안해하던 어머니가 여기가 안전하겠다고, 너의 신앙과 학업을 책임져 줄 곳이라며 내민 노란 쪽지를 받고 한마음교회 대학생 기숙사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언니들과 교회에 처음 갔을 때 내 시선은 저절로 찬양 반주팀으로 향했다. 건반이 3개 있었지만, 언니들의 실력은 별로였다. ‘그럼 그렇지! 여긴 춘천이잖아! 언젠가 내가 좀 보여줘야겠어!’ 했다. 그런데 묘하게 하모니가 잘 되고 반주에 맞춰 찬양하는 성도들의 모습은 열정적이고 기쁨이 넘쳤다. ‘찬양하면서 저 확신에 찬 얼굴들은 뭐지? 교회가 떠나가라 부르짖는 저 기도는 또 뭐야?’ 어느새 나도 저렇게 기쁘고 확신있게 찬양하고 싶었다.

어느 날 ‘예수님의 부활은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확실한 증거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들렸다. ‘증거? 하나님이 살아계신 증거가 있어? 내 노력으로 믿음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었나?’ 늘 십자가 앞에서 내 죄 때문에 죽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짜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죽은 예수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여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이셨다! 막혔던 마음이 뻥 뚫리며 내 중심이 똑똑히 보여 예수님 앞에 그대로 엎드렸다. ‘나 없으면 예배가 안 된다.’며 하나님 자리에 앉아 예배를 망친 자가 바로 나였다. ‘주님! 제가 주인되어 반주하던 이 열 손가락, 당신께서 가져가셔도 할 말이 없는 죄인입니다.’ 나는 하나님 앞에 내가 주인되어 살아 온 그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했다.

진정한 주인을 만나니 모든 의문들이 한 순간에 풀리고, 뜨겁게 찬양하던 분들처럼 나도 똑 같은 기쁨으로 찬양하며 반주하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1시간 동안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함께 손뼉치고, 어깨를 흔들며 뜨겁게 하는 찬양과 기도의 열기는 파도를 타듯 천장을 뚫고 하늘에 닿았다. 찬양은 재능보다 성령의 인도함이 더 중요하기에 우리 찬양팀은 연습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도하며 준비했다. 언젠가 영국에서 음향전문 교수님이 오셔서 며칠 찬양을 들으시고, 영성이 있고 힘이 있다며 극찬했다. 그런 사이에 우리 HMU 한마음 찬양팀은 자작곡으로 3집 앨범까지 내고 음원사이트 상위에 랭크됐다.

어느 날 교회 어르신 한 분이 나를 보고 ‘맨날 앞에서 피아노 치는 것 같더니 언제 애 셋을 낳았어?’ 하셨다. 환경과 상황이 바뀌어도 하나님께서 15년 동안 반주로 예배를 드리게 해 주신 은혜가 정말 감사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처럼 기뻐 어깨춤을 추며 반주하는 나를 보고 후배들은 ‘성은 언니표 어깨춤’이라 놀리기도 하고, 성도들은 신나게 반주하는 모습이 너무 은혜라며 칭찬했다. 생각할수록 나를 불러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했다.

앨범 3집을 준비하며 녹음할 때 하나님께서 공동체에 주신 ‘너 나를 사랑하니? 나 보고 싶니? 정말 보고 싶니?’ 하는 세 가지 말씀으로 나도 주님 앞에 홀로 섰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며 흔쾌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고민하는 가운데 예수님보다 우리의 비전인 세계복음화를 위해 연습하고 찬양준비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세상과 간음하는 것임을 알게 되자 회개의 눈물이 터졌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한 일들이 정작 예수님과는 전혀 상관없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그 일을 생각하며 더 낮은 마음으로 매일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 내가 천국문에 갔을 때 ‘성은아! 너 왔구나!’ 하시며 뛰어나와 나를 맞이하실 예수님을 기대하며 잠시라도 내 주인이신 예수님을 향한 초점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이성은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