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2개 단지 8개동 재시공 결정… 6년 2000억 소요

입력 2022-05-05 04:02
HDC현대산업개발은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201동을 포함해 8개 동을 모두 철거하고 재시공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사를 멈춘 화정 아이파크의 모습.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2개 단지,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새로 짓는다. 붕괴 사고 114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철거 후 재시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년10개월, 추가 비용은 약 2000억원에 이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4일 HDC현산 서울 용산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HDC현산은 입주예정자의 요구대로 화정 아이파크 8개 동을 모두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건물을 정밀 안전진단한 뒤, 재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HDC현산 임원진은 발표 전날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회의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 측은 전면 철거 후 준공까지 70개월가량 걸린다고 예상했다. 아직 철거 방법도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해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35층짜리 건물을 철거하고 재시공한 사례는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예상치 못한 변수로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11월 30일에 847가구가 입주할 계획이었지만 재시공함에 따라 일러도 2027년 이후에나 입주가 가능한 셈이다.

철거, 재시공, 주민보상금 등에 투입하는 추가 비용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HDC현산은 이미 사고 수습과 유가족 보상 등으로 1750억원을 썼다. 입주예정자들은 이미 납부한 금액의 연 6.48% 금리로 입주 지연 기간만큼 지체보상금을 받는다. 계약을 해지하면 입주예정자는 전체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 납부한 금액, 그 금액에 연 1.99% 금리를 적용한 이자를 돌려받는다.


HDC현산이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한 배경에는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붕괴한 동만 재시공하는 것으로는 무너진 기업 이미지를 되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정치권 압력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사고 현장을 찾아 “(HDC현산이) 사고 이후 대책, 보상 진행과정에서 입주예정자나 피해 상가에 믿음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진행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공무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올해 9월 이후에 나올 예정인 서울시 행정처분도 의식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부는 이미 서울시에 등록말소 처분을 권고했다. HDC현산은 이미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8개월에 과징금 4억623만원 처분을 받았다.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면 재시공에 필요한 6년 가까운 기간에 847가구의 시민들이 주거를 연기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광주시와 서구청은 HDC현산의 신속한 철거·재시공을 위한 구체적 행정절차, 입주예정자 지원대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