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 아이파크 전면 철거와 재시공은 해법의 시작일 뿐

입력 2022-05-05 04:02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몽규 HDC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월) 사고가 난 201동 외에 나머지 동의 계약자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정아이파크에는 11월 말에 84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건설사가 완공을 앞두고 상당한 높이까지 올라간 건물들을 전부 허물어뜨린 뒤 다시 짓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본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입주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이기도 하다. 특히 사고 현장에선 시공능력 9위의 건설사가 벌인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부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설계가 임의로 변경됐고 강도가 기준에 못 미치는 콘크리트가 쓰였으며 시공 과정을 확인해야 할 감리도 부실했다. 201동 외의 다른 동에서도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작업이 진행됐었다고 봐야 한다. 무너지지 않은 건물에 들어갈 입주자라도 맘 편할 리 없다. 무고한 노동자 6명이 숨지기도 했다. 총체적 부실과 불신으로 추락한 업체가 일어서는 방법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엔 없다. 정 회장의 결정이 너무 당연하면서도 너무 늦은 이유다.

철거 후 재시공은 해법의 출발일 뿐이다. 당장 입주가 5년10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여 피해액 보상도 만만찮을 것이다. 물질적·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도 예상된다. 회사는 철거·시공비, 입주 지연 보상금 등에 약 3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는데 국민이 입은 상처를 고려하면 막대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세계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대우하는데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때와 비슷한 일이 일터에서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한국인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최대한 낮은 자세로 입주민들과의 협상에 적극 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사업을 할 때 항상 이날의 결정을 가슴에 담고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