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필수시설이 된 데이터센터는 ‘서버 호텔’ ‘데이터 곳간’ 등으로 불린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서버와 통신기기, 전원공급장치 등을 보관할 대규모 공간을 필요로 한다. 공조설비와 공기여과기는 물론 보안시설을 정밀하게 작동하게 하는 기술을 갖춰야 해서 장벽도 높다. 기술력을 무기로 대형 건설사들이 발빠르게 데이터센터 시공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시공사업이 당분간 ‘블루오션’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등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는 2025년까지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데이터센터 시공뿐 아니라 시행, 운영으로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디지털엣지와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합작법인(JV)을 출범했다. 두 회사는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에 120㎿ 규모의 데이터센터 2개 동을 짓고 공동 개발·운영하기로 했다. 1, 2차로 나눠 진행되고 2024년 준공과 더불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초기 사업 개발부터 설계·조달·시공(EPC)까지 맡으며 본격적인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자’로 뛴다.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그동안 데이터센터 시공 업무에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부지를 확보하고 설계에 참여하는 등 시행사 역할을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과감하게 데이터센터 사업에 진출하는 건 폭증하는 수요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중소 IT기업, 스타트업부터 데이터센터 수요가 많은 대기업 등이 모두 잠재적 고객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는 2020년 약 5조원에서 2025년 약 10조원으로 연평균 15.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낮다. 경쟁이 치열한 주택사업보다 기회 요인이 많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은 토지 용도를 따져가며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데이터센터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IT 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높아지는데, 시장이 초기 단계라 경쟁도 적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IT업체 전유물이던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사업 개발과 시공, 영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영국계 사모펀드 액티스, 파빌리온자산운용과 함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지하 3층~지하 9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조성 중이다.
현대건설은 데이터센터 시공부문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지하 4층~지상 4층, 연면적 9만9070㎡ 규모의 ‘죽전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데이터센터 운영과 인프라 구축은 LG CNS에서 맡는다. 퍼시픽자산운용이 글로벌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 신한금융투자 등으로부터 828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