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린이가 행복하고 존중받는 나라

입력 2022-05-05 04:02

정호승 시인의 동시집 ‘참새’ 서두에는 “어린이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시인이었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어린이는 지구에 발을 처음 내디딘 ‘새로운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너무나 신기해하며 아름답게 느끼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생각이 시인의 언어처럼 참신하며 때로는 감동을 준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어른의 관점에서는 미숙하고 엉뚱하기만 한 어린이의 생각이 그 자체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의 머리로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의 의견을 미숙한 것으로 치부해 무시하기 쉽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부모의 재산·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0~7세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했고, 아동의 권리 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을 수행하고 아동정책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을 설립했다. 또한 아동학대 대응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민법상 징계권 폐지를 통해 아동 체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추진했다. 또한 부모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어 양육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이렇듯 어린이 보호와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해 왔으나 어린이를 독립적인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 제고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키즈존’이나 ‘잼민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과 언어들은 여전히 어린이를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방증이다.

어린이만을 위한 기념일,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을 뿐입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어린이를 결코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1923년 5월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선언’ 중 일부분이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 선언은 우리가 아직도 어린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함을 통렬하게 깨닫도록 만든다. 정부는 향후 이 선언의 아동 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아동의 기본권과 국가·사회의 책무를 명문화해 선언하고, 아동의 참여권·발달권 등 권리 보장을 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우리 모두는 어린이였음에도,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미래세대의 주역임과 동시에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해야 할 인격체이기도 하다. 이번 어린이날 하루만큼은 어린이가 원하는 그대로 해주면 어떨까. 보호자가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어린이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길 가족 여행을 가거나 원하는 물건을 사준다면 어떨까. 어린이가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저당잡히지 않고, 현재 행복한 어린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