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밀착 견제?… 시진핑, 尹 취임식 때 최측근 보낸다

입력 2022-05-04 04:04

중국이 오는 10일 열리는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 취임식에 시진핑 국가주석 측근인 왕치산(사진) 국가 부주석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그동안 중국이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주로 부총리급 인사를 보내왔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격을 높인 축하 사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이른바 ‘오른팔’로 평가받는 인사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집권 초기에 권력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던 반부패 사정 운동을 이끌며 시 주석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왕 부주석의 파견과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이 한국 대통령 취임 이후 역대 가장 빠른 시점인 취임 11일 만에 열리기로 확정되는 등 한·미 밀착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 주석과 가까운 왕 부주석은 취임식에 참석하면서 새 정부에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류옌둥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교육·문화·과학담당 국무위원을,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는 탕자쉬안 중국 외무담당 국무위원을 각각 보냈다.

미국에서는 미국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크 엠호프 전 변호사를 비롯해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 아미 베라 하원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윤 당선인 취임식에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파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2일 국회에 통보했다. 지지통신은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당선인에게 기대를 걸면서 징용공(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과 위안부 문제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참석하는 대신) 차선책으로 하야시 외무상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각국의 동의를 얻은 뒤 5일쯤 취임식 참석 외교사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한국을 먼저 순방하는 것에 대해 “순방 순서 측면에서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60년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동아시아에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적이 없었다. 북한 문제에 더 집중한다는 취지의 동아시아 정책 변화의 신호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분명히 한·일과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순방 순서 측면에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취임 후 첫 동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22일 한국을 방문한 뒤 22∼24일 일본을 찾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백악관은 한·일 모두 중요한 동맹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신용일 백재연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