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끝내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안이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법조계에선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고서 통과시킨 것이냐”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검찰 힘 빼기’를 명분으로 몰아치듯 형사사법체계의 틀을 흔들면서 정작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없애는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 대응 수단까지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다시 확대될 여지도 남아있는 터라 ‘이도저도 아닌 법안’이 탄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통과시킨 검수완박 법안은 4개월의 유예 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현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 등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남은 수사권도 ‘한국형 FBI’라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모두 이관한다는 구상이다. 검찰을 ‘수사 기관’이 아닌 ‘기소 기관’으로 변모시킨다는 취지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유예기간과 상관없이 경찰 등 타기관으로 넘기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수완박 개정안에 ‘사건을 경찰로 넘긴다’는 경과조치 관련 부칙이 빠지면서 기존에 수사 중인 사건의 ‘기속력’은 검찰에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대장동 개발사업 윗선 의혹’ ‘삼성 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등에 속도를 내는 상태다. 한 검찰 관계자는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6대 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됐을 때도 기존 사건은 계속 수사를 진행했다”며 “이번에도 전례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검찰 수사권 대상이 2대 범죄보다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범죄’로 규정한다. 새 정부가 대통령령을 고쳐 부패·경제 범죄의 범주에 선거·공직자 범죄 등까지 포괄하는 내용을 담으면 검찰 수사 범위를 넓게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부패·경제 범죄라고 딱 자르기 어려운 사건은 검사들이 수사 및 기소 범위를 넓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법안에 담긴 ‘등’이란 표현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수완박 법안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됐다는 점이 꼽힌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발인의 이의신청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인데, 여성·장애인 사건 등 시민단체가 대신 진행하는 사건에선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도 “환경, 공익 관련 범죄처럼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장애인 등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이의신청을 할 길이 막혀버렸다”고 지적했다.
중수청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1년 넘게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중수청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수청 역시 공수처의 전례를 따라갈 공산이 크다”며 “주요 범죄 수사 역량은 약화되고, 서민 범죄 수사는 지연돼 국민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