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외친 새 정부, 국정과제 재원은 “세수 증가분으로”

입력 2022-05-04 04:02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가 5년 동안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209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증가분을 제시했다. 국가부채가 22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지출을 지금보다 더 늘리겠다는 것인데, 증세 방안이나 불필요한 지출 최소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과제는 크게 6대 국정목표로 나뉘는데, 국정목표별로 소요 예산을 산정했다. 우선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구현에는 54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주택공급 확대, 부동산 세제 완화, 대출규제 완화 등이 담겼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에는 13조원을 책정했다. 규제 완화와 제조업 일자리 창출, 벤처 육성, 자본시장 혁신 등 국정과제가 포함됐다. 복지 정책은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는 목표로 65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복지 개혁과 고용 안전망 강화, 문화 복지, 재난 관리, 농어촌 육성 정책이 담겼다.

과학기술 육성과 교육 정책은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라는 목표하에 61조원이 책정됐다. 탄소중립, 청년 주거·일자리·교육 정책 등이 포함된다. 외교안보 분야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목표로 16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북한 비핵화 추진, 경제안보 외교, 국방 혁신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지방시대’ 관련 국정과제는 추후 구체화할 계획이다.


국정과제와 이에 따른 소요 재원은 정부 출범 때마다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정부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데 178조원이 든다고 밝혔는데, 재원 조달 계획으로 세수 자연증가분과 재정지출 절감을 들었다. 윤석열정부 인수위도 이런 전철을 밟았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은 오히려 후퇴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때는 지출 절감과 여유자금 활용으로 95조4000억원을, 세수 자연증가분과 비과세 감면 정비 등으로 82조6000억원의 세입을 확충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와 비교해 윤석열정부 인수위는 구체적 숫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재원 조달의 상당 부분은 세수 증가분이며, 기존 예산 지출의 구조 변화 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예정”이라며 “최근에는 법인세 세금 실적이 가장 좋고, 근로소득세·양도소득세 등에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감세 공약을 남발하면서 세수 증가분을 재원으로 언급한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상속·증여세를 손보는 등 대대적 감세 정책을 예고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대한 국가부채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꼭 필요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지출을 줄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