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 협의체’ 태스크포스(TF)가 개점휴업 상태다. ‘보험료 폭탄 인상’에 국민 불만이 큰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논의가 멈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출범한 금융위 TF는 2월 한 차례 실무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후속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출범 킥오프 회의에서는 참석자 간 상견례를 하고 향후 방향 설정 정도만 했다. 첫 실무회의 이후 현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TF는 손해율이 급상승하는 실손보험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해 출범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익은 마이너스(-) 2조9000억원이다. 2017년 -1조2000억원, 2018년 -1조2000억원, 2019년 -2조5000억원, 2020년 -2조5000억원으로 최근 5년 누적 적자액이 10조3000억원에 이른다.
사보험인 실손보험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음영 지역’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급등한 실손보험 손해율 탓에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이를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 가구와 그렇지 않은 저소득 가구 간 의료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TF가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제는 ‘병·의원의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한 비급여 항목 관리 강화’ ‘가입자의 청구 불편 해소를 위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상품 체계 개편’ ‘보험 사기 사전 예방 강화’ 등이다.
이 중 비급여 항목 관리 강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료 누수 문제를 해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비급여 항목이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 행위를 의미하는데 적절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과잉 진료와 보험금 과다 청구 문제가 빈발하는 상황이다. 이는 청구 전산화를 통해 일정 부분 솎아낼 수 있다. 진료비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병·의원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검사하면 보험료 누수를 방지하기가 쉬워진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후속 회의를 열지 않는 이유는 인수위 탓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집에는 TF 과제와 관련 있는 사항이 일절 담기지 않았다. 인수위 실무진에도 보험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산화를 골자로 한 ‘실손보험 청구 체계 간소화’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대비된다. 대선 이후 TF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인수위에서 실손보험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지 않으니 금융위도 우선순위에서 배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인수위 때문에 논의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최근 금감원을 통해 발표한 ‘보험 사기 예방 모범 규준’도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라면서 “업계와 계속 소통하며 의견을 듣고 있다. 필요 시 TF 회의도 열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