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국정과제로 명시했다. 사회적 합의와 내년 공개될 장기 전망치를 바탕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전문가들은 정권 차원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역대 정부 사례처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개혁’을 들고 그 핵심으로 연금 개혁을 꼽았다.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하기 위해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공개될 제5차 재정계산 결과를 토대로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현행 30만원에서 단계적으로 4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앞서 인수위가 발표한 복지 정책의 기본 방향성과 대동소이하다. 큰 제도적 틀을 그대로 둔 채 보험료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국회 논의를 통해 우선 추진하고,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개혁’은 연금개혁위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칠 방침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공적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처음 실시된 이래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개혁을 했지만 두 번 모두 ‘내는 돈’엔 손을 대지 않았다. 그 결과 보험료율은 1997년 이후 줄곧 소득의 9%에 묶였다. 소득대체율은 43% 수준까지 낮아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대통령이 직접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현행 유지를 포함한 ‘사지선다’ 개혁안이 제시됐으나 결과적으로 공전했다.
2018년 제4차 재정계산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이 2042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2057년엔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선 그 시점이 2~3년 앞당겨질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줄었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드라이브 없이는 자칫 정치적 부담 때문에 개혁을 미뤘던 ‘폭탄 돌리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적) 예상은 이미 나와 있다. 결국 필요한 건 정책적 의지와 리더십”이라며 “정부가 국민에게 현실을 솔직히 얘기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