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대폭 확대된 경찰, 수사 역량·공정성 확보 주요 과제

입력 2022-05-04 04:02
사진=뉴시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오던 경찰이 3일 법안이 국무회의 문턱을 넘자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착수하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섰다. 수사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경찰은 당장 수사 역량 제고와 공정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경찰청은 법안 공포안이 의결된 직후 “책임수사체제 확립, 인력·예산 등 수사 인프라 지속 확충을 통해 범죄 수사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과의 상호존중과 협력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하고 국민의 더 많은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스스로 언급한 대로 수사 역량 강화는 경찰이 당면한 주요 숙제다. 4개월간의 유예 뒤 4대 범죄(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선거)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오는 9월부터 해당 분야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맡게 된다.

법조계가 ‘검수완박’ 반대 논리로 수사권을 이관받는 경찰의 역량 부족을 지적했던 만큼 제대로 된 수사 진행 및 결과를 내보이지 못하면 바로 능력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경찰은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증원과 예산 확대 등 인프라 확충을 선결과제로 꼽는다. 하지만 이번 검수완박 논의 과정에서 이런 지원 방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이뤄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 수사 부서의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수사 범위가 추가로 확대되면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필요한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비대화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큰 터라 요구가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경찰 권한 확대를 반기는 경찰 지휘부와 달리 일선 수사 경찰 사이에서는 업무 과중을 걱정하는 기류가 흐른다.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심화돼 결국 전반적인 경찰 수사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 부담이 가중돼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인력·예산 등 수사 인프라 확충과 사기 진작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내외부의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수사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정치권 등 외부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