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치솟았지만 아직 정점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국내 경제 여건도 만만치 않아서다. 전기·가스 요금이 본격적으로 오르고,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물가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새 정부는 시작부터 ‘물가와의 전쟁’에 직면하게 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3일 “물가 오름세가 상당 폭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오름세를 둔화할 요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대외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에너지 가격을 지속해서 끌어올리고 있다. 곡물을 중심으로 오르는 식량가격 상승세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 심의관은 “기상조건 악화에 따른 곡물가격 상승에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겹치면서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석유류나 가공식품, 내구재 같은 공업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것도 물가를 올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1년 전보다 4.5% 포인트 올랐는데, 외식만 보면 6.6% 포인트 급등했다.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항공 운임이 오르고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도 개인서비스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른 전기·가스 요금은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가스요금은 이달에 이어 7월과 10월에 또 오른다. 전기요금도 10월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외적인 상승 요인에 맞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물가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는데 공공요금이 오르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연말까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의 추경 편성은 물가 상승 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한은이) 점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추경 편성 영향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