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수감 중)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을 “4000억원짜리 도둑질”이라고 칭한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의 공판을 열었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2일 재판에 이어 이날 심리에서도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불리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이 증거자료로 재생됐다.
검찰은 2014년 11월 5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대화 말미에 남욱이 ‘4000억원짜리 도둑질을 하는데 완벽하게 하자. 문제가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공모한 2015년 2월보다 3개월가량 이른 시점이다. 남 변호사를 비롯한 사업 핵심 인물들이 사업 구상 단계부터 구체적인 이익 규모 및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는 분양수익을 제외한 배당금으로만 404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공개됐다. 2013년 10월 4일 녹음파일에서 정 회계사는 “지난번 통화 들려주신 적 있지 않나. ‘유유’가 갖고 오라고 난리치는 것 들었다”며 “좀 심하더라. 돈 맡겨놓은 것처럼 빚쟁이 다루듯이 하더라”라고 남 변호사에게 말한다. 검찰은 “유 피고인이 남 피고인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재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