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학대받는 미성년 자녀가 스스로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법원의 이행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를 감치할 수 있는 요건도 완화된다.
법무부는 3일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부모 중심으로 설계된 양육 관련 소송 절차를 자녀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개정안은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경우 미성년자가 직접 법원에 친권상실 청구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학대 등을 이유로 친권 상실을 청구하려면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했다. 그러나 부모와 가까운 친척이 대리인으로 선임되거나 다른 친척들은 이를 맡지 않으려 하는 문제가 있었다. 독립적 의사 표현에 한계가 있는 영유아 자녀는 현재 아동학대처벌법 규정에 따라 친권상실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자체장 등이 청구할 수 있다.
또 친권자나 양육권자를 지정하는 재판에선 미성년 자녀의 진술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규정했다. 현재는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일 경우에만 진술을 듣는다. 자녀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변호사나 심리학·교육학·상담학·아동학·의학 등 전문가가 ‘절차 보조인’으로 선임될 수 있다.
이혼 후 자녀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게는 이전보다 신속하게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 현재는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을 받고 3개월 이상 이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해 감치명령을 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을 ‘30일 이내’로 줄였다. 이상갑 법무실장은 브리핑에서 “서울가정법원 통계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명령일로부터 감치 결정까지 평균 7개월이 걸린다”며 “자녀가 양육비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 중 양육비를 지급하는 사전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해 판결 확정 전에도 자녀가 양육비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법무부는 “가사소송법은 1991년 제정·시행된 이후 30년 이상이 지났다”며 “지금의 가족 문화나 사회 현실에 적합하지 않거나 불편을 초래하게 된 조항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