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주식시장 호황을 이끌었던 아마존·넷플릭스·네이버 등 국내외 대형 성장주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으며 ‘고난의 행군’에 돌입했다. 저금리 시대의 종말 속에 수년간 이어진 기술주 불패신화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3일 아마존과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성장지수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고점에 비해 30% 이상 내린 약세장 상태다. 약세장은 이전 최고치에 비해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경우를 뜻한다.
지난달은 성장주의 무덤이었다.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29일 4.17% 내렸고 월 전체로 보면 12% 하락했다. 이는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아마존과 알파벳은 4월 한 달 동안 각각 23.8%, 18% 폭락했다.
국내 빅테크 대표 격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스피지수가 최근 한 달간 2.81% 하락할 동안 각각 16.57%, 16.11% 내리며 하락장을 이끌었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62조926억원에서 46조2618원으로, 카카오는 50조1508억원에서 39조4949억원으로 줄었다. 시총 순위도 보통주 기준으로 각각 3위, 5위에서 두 계단씩 내려앉았다.
성장세 둔화는 실적으로 확인되는 분위기다.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아마존의 주가 폭락은 7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는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구글의 1분기 매출 증가율은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았고 순이익은 8.3% 감소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라 외부 활동이 증가하며 언택트 수요가 줄어든 것이 실적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봉인됐던 컨택트 수요 회복이 일시적으로 언택트 사업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고물가 시대 본격화로 대형 기술주의 비용 부담에 따른 적자 전환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장주의 하락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10년간 성장주 상승세의 바탕이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되돌아오긴 힘든 탓이다. 아고너트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배리 노리스는 “과거 주식시장이 매도세에 몰릴 때마다 중앙은행이 개입했지만 이번에는 (시장을)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