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경찰에 독자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의견은 형사소송법을 제정하던 1954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경찰 파쇼’가 우려된다는 의견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고, 검사의 수사지휘 등 대륙법계 제도를 따른 기틀이 마련됐다.
엄상섭 의원이 1954년 1월 공청회에서 한 “우리나라는 경찰이 중앙집권제로 돼 있는데, 경찰에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경찰 파쇼라는 것이 나온다. 검찰 파쇼보다 경찰 파쇼의 경향이 더 세지 않을까”라는 발언은 당시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수사 기소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개정법의 공포는 그로부터 68년 만이다.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방안이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에서 각각 경찰이 단순절도, 교통사고 등 경미범죄를 독자 수사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논의에 그쳤다.
참여정부인 2004년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회가 구성돼 운영됐지만 양 기관은 입장 차만 확인했다. 검경이 말하는 해외의 수사·기소 분리 여부 현황은 서로 달랐다.
법학계는 형사사법체계가 의미 있게 변화한 계기를 2018년 6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로 본다. 이때 발표된 합의문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의 1차 수사권 부여 등이 담겼다. 2020년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검찰 ‘기소독점’도 깨졌다. 2020년 2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개정과 함께 검사와 경찰의 관계는 수사지휘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전환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말은 지난해 1월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현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 수사권 폐지는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직했다. 윤 당선인 사직 뒤 진전이 없던 검수완박은 지난 3월 대선 이후 다시 추진됐다. ‘검찰 정상화’라는 여권과 달리 야권과 법조계, 시민사회에서는 범죄 대응 공백과 민생 피해를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