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언제 끝날지 모를 고강도 봉쇄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 베이징에선 전체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약 2000만명이 2주째 일상처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통제 구역은 7곳, 해당 구역 내 500개 넘는 건물이 봉쇄된 상태다. 이렇게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숨은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 격리시키는 데도 확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광둥성 선전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1선 도시 가운데 처음 봉쇄됐다. 이후 상하이 베이징이 줄줄이 뚫렸다. 2020년 초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됐을 땐 중국식 방역 정책이 추가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변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고 무증상이 많으며 중증은 적다. 상황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중국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 제로 코로나 원칙에 따라 끝없는 전수 검사와 격리, 봉쇄가 쳇바퀴 돌 듯 이어지고 있다. 봉쇄 일변도 정책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하이 사태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 달 넘게 봉쇄 중인 상하이에선 지금도 하루 5000명이 넘는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누적 감염자 60만명, 사망자 481명(3일 기준). 이것이 방역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다 결국 제로 코로나를 택한 상하이의 성적표다. 상하이시 정부는 도시 봉쇄는 없다고 공언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꿔 극한 불신을 자초했다.
상하이에선 소방관, 긴급구조 인력, 심지어 청소년 운동팀까지 길거리 소독에 동원됐다. 소독 로봇이 빌딩 출입구와 공원을 돌며 약을 뿌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니콜라스 토마스 홍콩시립대 교수는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상하이의 소독 집착에는 정치적인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조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보여주기식 행위라는 것이다. 중국의 시계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올해 가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 맞춰져 있다. 장기 집권의 명분, 정치적 업적 중 하나가 시 주석이 진두지휘한 제로 코로나다. 시 주석 입장에선 어떻게든 끝까지 밀고 나가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러다 보니 지도부 중 누구도 제로 코로나로 인한 혼란과 경제 충격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에, 고위층은 하위직에 방역 실패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지방 관리들은 상부 지시만 기계적으로 따르며 복지부동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을 자택에 방치했다가 자연 치유된 다음 뒤늦게 격리 시설로 이송하거나, 방역 요원이 감염자의 반려견을 대낮에 길거리에서 때려죽이는 식의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29일 시 주석 주재로 경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정치국은 “경제 발전 환경의 복잡성, 엄중성,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간 옥죄었던 부동산 시장과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더 나아가 적극 지원 방침을 밝혔다. 당의 지도 기관이 경제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힐 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이렇듯 제로 코로나를 밀어붙일 동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 정책의 방향성과 효용을 놓고 내부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