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윤석열정부의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3월 18일 인수위 출범 후 47일 동안 윤 당선인 대선 공약을 구체화하고 다듬어 낸 최종안이다. 6대 국정 목표 가운데 키워드는 역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민간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 경제 선순환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이들 국정과제를 추진할 공직자들의 행동규범으로 국익, 실용, 공정, 상식 4가지를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문재인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국정 목표를 아무리 훌륭한 구호로 포장하더라도 공직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면 오히려 국익을 해칠 수 있음을 이전 정부에서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다만 현 정부와 달리 민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한 때문일까. 공정과 상식, 경제 안보 등 추상적인 용어 말고는 윤석열표 정책, 즉 Y 노믹스를 내세울 만한 정책이 딱히 눈에 안 들어온다. 국정과제도 문재인정부보다 10개 많은 110개로 늘었지만,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킬만한 국가대표 분야 육성책이 아쉽다. 중국 등의 맹추격을 받는 반도체 배터리 등 전통 주력 분야 방어에 급급한 모양새다. 코로나19 피해를 온전히 치유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탈원전으로 무너진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등의 정책들도 현 정부의 실정을 보완하거나 정책을 뒤집는 수준에 머문 건 아닌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공약 실현에 추가 소요될 예산은 209조원으로 문재인정부(178조원)보다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문 대통령이 인수위 없이 곧바로 취임했던 때와 비전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공연히 혈세만 낭비하고 그 부담은 국민 몫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새 정부 출범 후라도 국정과제들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 선택과 집중을 발휘해야겠다.
[사설] 새 정부 국정과제 나열만 있고 방점이 없다
입력 2022-05-04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