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에 어린이날을 5월로 정한 이유를 찾다가, ‘하늘이 유난히 좋고, 햇볕이 유난히 좋고, 공기가 유난히 좋아 조선의 새싹인 어린이가 5월의 자연처럼 힘차고 건강하게 커나가길 기원했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 날씨를 떠올리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공원 종류 중 어린이를 위해 특화한 것이 어린이공원이고, 전국 공원면적의 3.6%에 불과하지만 약 2500㎡ 크기로 전국에 1만여개가 고루 분포한다(2020년 말 기준, 1만242개 25.1㎢). 2005년에 비해 면적이 32% 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기간 어린이공원 주 이용 대상인 14세 미만 인구수는 922만명에서 630만명으로 32% 줄었다.
어린이공원의 딜레마는 어린이가 없다는 것이다. 초저출산으로 어린이가 크게 줄어서지만 줄어든 어린이마저 학교, 학원 그리고 스마트폰에 매여 공원에 머물 시간적 정서적 여유가 없다. 공원 입장에선 매력이 부족해 발생한 주 고객 유치 실패이기도 하다. 결국 어린이공원의 주 이용층은 어르신이다. 청소년층은 입시로, 청중장년층은 일로 늘 바쁜 데다 혹여 시간이 나더라도 좁고 기능이 제한적인 어린이공원보다 큰 공원이나 산을 선호한다. 반대로 어르신들은 거리가 먼 큰 공원이나 경사져 위험한 뒷산으로 접근이 어려워 가까운 어린이공원에 머무실 수밖에 없다.
이름을 바꾸는 것은 관점을 바꾸는 일이고 미래를 바꾸는 일이다. 현실에 맞춰 어린이공원을 마을공원이나 쌈지공원으로 바꾸고, 그 기능도 조정하면 좋겠다. 새 이름에 맞춰 어르신과 어린이는 물론 지역공동체에 고루 복무하는 공원이 되도록 말이다. 그럼 어린이는? 어린이를 3.6% 면적에 불과한 어린이공원에 떠맡겨둘 것이 아니라, 나머지 96.4%를 포함한 모든 공원에서 어린이를 잘 모시면 된다. 공원마다 어린이 시설을 고민하고 프로그램도 기획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공원이 어린이공원이 되면, 100년 전 바람처럼 ‘대한민국의 새싹’은 힘차고 건강하게 커나갈 것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