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그대에게 별은 있는가

입력 2022-05-04 04:02

‘인생의 비극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달할 목표가 없는 데에 있다//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죽는 것이 불행이 아니라/ 꿈을 갖지 않은 것이 불행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불행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해보려고 하지 않을 때/ 이것이 불행이다.// 하늘에 있는 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도달해야 할 별이 없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결코 실패는 죄가 아니며/ 오히려 목표가 없는 것이 죄악이다.’

이것은 내가 교직 생활하던 시절, 어딘가에서 보고 노트에 베껴서 가끔 읽던 글이다. 원래는 인도 델리 사원의 벽에 영문으로 작자 이름도 없이 쓰여진 글이었다 한다. 영락없는 낙서인데 그걸 우리말로 번역해 데리고 온 것이고 또 그걸 내가 데리고 다닌 셈이다. 무명씨의 글이라지만 상당한 감동과 교훈을 준다. 인생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이고 꿈이 무엇인지를 조곤조곤 가르쳐주고 있다. 학교의 선생만이 선생이 아니다. 마음이 밝은 사람은 이런 글을 통해서도 충분히 인생의 진면목을 깨달아 자기의 것으로 할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시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인생에 대한 것이고 소망에 대한 것이다. 대뜸 나는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그대에게 별이 있는가?’ 아니다. 거꾸로 나에게 묻고 싶다. ‘과연 나에겐 별이 있는가?’ 별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꿈이나 비전이고 되풀이하면 희망이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오늘에만 목을 매달고 사는 것이 아니고, 내일에도 살고 내일의 꿈이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기에 더욱 사람인 것이다. 정말 그렇다. 어찌 우리가 내일의 꿈 없이 희망 없이 순간순간 그 고달픔을 버텨낼 수 있겠는가!

별. 밤하늘에 뜬 별을 말한다. 바라보면 아스라하고 찬란한 별. 어찌 보면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별. 하지만 별은 실상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며 아름답다 찬탄하는 별은 아주 멀리에 있는 천체,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가 발하는 빛일 뿐이다. 그것도 아주 멀리서부터 오기 때문에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어떤 시각에 이미 있었던 빛이다. 죽은 빛이다. 그걸 오늘의 빛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이 없는 것이라고 죽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바로 그것이다. 있기는 있지만 분명히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없는 것이라 단정하기도 어려운 별. 그러한 별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고 우리의 소망이라든지 꿈과도 많이 닮아 있다.

흔히 사는 일이 벅차고 힘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기 쉽다. 그것을 또 우리는 절망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절망에 허덕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말하고 싶다. 과연 그대에겐 별이 있는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해서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일생을 두고 볼 때 별을 꿈꾸고 가슴에 품는 시기는 청소년 시기다. 성공한 사람은 또 청소년 시기에 지녔던 꿈을 변함없이 가슴에 지니고 살면서 노년에 이르러 그 꿈의 일단을 성취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금 말하고 싶다. 가슴에 별을 잃었는가? 그렇다면 그대의 청소년기로 돌아가라. 그래서 그 시절에 품었던 별을 다시금 가슴에 품으라.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무언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우선은 오늘을 참고 인내하면서 내일을 향해 까치발을 디딜 것이다. 기다리는 데까지는 충분히 기다릴 것이다. 마음의 축을 오늘보다는 내일에 둘 것이다. 이런 때 다시금 인도의 성자 간디의 말씀으로 도움을 청한다. ‘내일 죽을 사람처럼 살고 영원히 죽지 않을 사람처럼 배우라.’

나태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