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질문 없는 ‘송구 청문회’

입력 2022-05-03 04:01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윤석열정부의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 6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일 동시에 열렸다.

‘예비 야당’ 입장에 선 더불어민주당은 각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후보자들은 연신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기존에 제기됐던 의혹 외에 후보자들의 허를 찌르는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재직 시절 수령한 20억원의 자문료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높다고 생각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장면은 다른 후보자들의 청문회장에서도 목격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장남의 해외 도박사이트 운영회사 근무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가족과 관련한 내용이 논란이 된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환경연구원 재직 시절 숭실대에 출강해 김영란법을 위반한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후보자 검증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국무총리는 다른 장관과 달리 국회 동의가 있어야 임명이 가능하다.

한 후보자는 공직과 로펌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 지적에 대해 “공적 (영역에서) 경험과 능력을 쌓은 사람이 민간 쪽에 가서 (일하는 것이) 이해충돌이나 전관예우는 아니다”고 말했다. 로펌 고문료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높은 수준의 봉급”이라면서도 “(다른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2002~2003년, 그리고 2017년부터 4년4개월간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한 후보자는 1989년부터 10년간 본인 소유의 단독주택을 월세(6억2000만원 선납)를 내고 임차했던 외국계 기업이 1996년 석유개발공사가 주관한 해외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이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한 후보자는 “그랬다면 이미 해고가 됐거나 감옥에 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 소송 과정에서 론스타가 제출한 증인서면답변서에 인용된 한 후보자의 언급도 도마에 올랐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는) 한국 사회는 외국 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국수주의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론스타 측에 유리한 진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론스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시각에서 한 이야기”라며 “론스타는 제가 얘기한 일부분을 갖고서 전체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가인 한 후보자의 부인이 작품을 기업 등에 수천만원대로 판매한 것이 ‘한덕수 프리미엄’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후보자는 “집사람은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오해를 받을까 봐 단 한 번도 전시회를 하지 않았다”며 “공직을 떠난 다음에 2012년에 한 번, 작년에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정현수 구승은 김승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