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일 만에 벗은 마스크 “아직은 어색”

입력 2022-05-03 04:03
광주 동아여중·여고 학생들이 2일 오전 마스크를 벗은 채 활짝 웃는 얼굴로 등교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를 이날부로 해제했다. 다만 50인 이상이 밀집하는 집회·공연과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땐 미착용 시 계속 과태료가 부과된다. 연합뉴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일 마스크 없는 맨얼굴로 5월을 만끽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대다수였다. 아직 실내 착용은 의무여서 마스크를 썼다 벗기 번거롭다는 목소리와 함께 마스크 착용이 습관화돼 ‘노 마스크’가 오히려 어색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박모(35)씨 부부는 오전 7시30분쯤 마스크를 목에 걸고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서로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박씨는 “아내가 호흡기가 약해 마스크를 쓰고 조깅하면 숨 쉬기가 불편해 코로나 유행기 동안은 운동을 중단했었다”며 “이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출근 전 40분씩 아내와 함께 달리려 한다”고 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수칙 해제는 566일 만이다. 성동구에 사는 주모(42)씨도 모처럼 오전 산책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여름 푹푹 찌는 더위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피부 트러블이 생겨 고생했다”며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 벗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산책이나 운동 같은 야외활동을 하는 도중에는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지만 출퇴근길이나 일상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벗기를 주저하는 이들이 많았다.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하던 김모(22)씨는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 후 주변을 살폈다. 옆에 서 있던 행인 4명은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김씨는 머뭇거리다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넜다. 그는 “나만 빼고 다 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오랜 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일상이 돼 오히려 미착용 상태로 외출하는 상황을 낯설어하는 이도 많았다. 진모(70)씨는 “2년이 다 돼가도록 몸에 밴 습관을 한번에 고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아마 당분간 다른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 같은데 나만 벗기도 민망하다”고 전했다.

실외 지하철 승강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이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에서 만난 오모(25)씨는 “어차피 지하철 들어가면 다시 써야 하는데 굳이 벗는 것도 번거롭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가 ‘자율적 착용’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성윤수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