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선 공약 ‘뒷수습’에 나섰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일단 유예해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고,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폐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후보자는 이날 주식 양도차익에 매기는 금투세 시행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능하면 2년 유예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증권거래세도 인하하면서 주식시장에 좋은 자금이 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현재 대주주만 내는 상장 주식 양도세를 내년부터 거래 차익이 연 5000만원을 넘는 소액주주까지 과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주식 양도세 전면 폐지, 증권거래세 유지를 공약하면서 조세 원칙 훼손, 부자 감세 논란 등에 휩싸였다.
추 후보자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도 유예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에 관해서는 거래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의 디지털 자산 관련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이 완비되고 시장 상황이 성숙하면 과세해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가 2년 유예되면 같은 틀에서 가상자산 과세도 2년 유예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여야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추 후보자가 스스로 뒤집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위 논의를 통해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후보자가 직접 뒤집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기재위 논의 과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재산세와 통합 문제는 연구·논의할 때는 됐다”면서도 “단기간에 하는 문제는 아니고 충분한 용역하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종부세와 재산세를 장기적으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태어나선 안 될 제도라는 생각에 변함없지만 제도를 한꺼번에 (원 상태로) 돌리면 시장 혼선이 있어서 시장 상황을 보며 보완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폐지를 강조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개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추진될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공약 파기’ 논란을 낳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차등 지급과 관련해서는 “보상 방안이 확정되면 당선인이 공약한 부분에 상응하는 내용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민들께 드린 약속을 충실히 지킬 수 있도록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추경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 마련하고, 국채 발행은 최후 순위로 생각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특정 정부의 역점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 예산을 깎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 운용 측면에서는 건전성을 중시하겠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추 후보자는 “재정은 국가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평소에 건전하게 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위기 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